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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만화 완전정복!!
 

만화의 영역은 계속해서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이른바 ‘전문가 만화’의 등장이다.
30대 직장인들에게 인기인 전문가 만화는 전문 서적을 능가하는 해박한 지식과 만화적 재미를
아울러 갖추고 있다. ‘독서’가 취미인 직장인이 일주일에 한 권 읽기도 버겁지만
만화책은 10권이라도 가능하다. 만화의 세계에 발을 넣을까 망설이는 분, 재미에 더해
관심 분야의 정보까지 손에 넣기를 원한다면 오늘부터라도 만화에 눈을 돌려보자.



미식가 클럽의 필수품_요리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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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가장 많은 매체에 소개된 만화는 <신의 물방울>(아기 타다시 글,오키모토 슈 그림, 학산문화사, 13권 발간)이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의 아들이 아버지의 컬렉션을 상속받기 위해 젊은 프로 와인 평론가와 대결한다는 전형적인 구도지만, 주인공들의 눈앞에 실재하는 듯 현란하고 환상적인 와인에 대한 감상평은 만화계와 와인계 양쪽을 뒤흔들어놓았다.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성문기본영어>란 교재에 비견될 만큼의 만화책이지 싶다. 어찌나 많은 곳에서 이 만화 이야기를 들었던지 정말 생활을 바꿀 만한 힘을 지닌 만화책이란 생각도 든다. <신의 물방울>로 만화의 드라마틱한 재미와 풍부한 정보에 눈을 뜬 사람이라면 음식 만화분야의 고전인 <맛의 달인>(카리야 테츠 글, 하나사키 하키라 그림, 대원씨아이, 99권 발간)에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983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100권을 눈 앞에 둔 이 음식 백과사전은 전문가 만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큼 좋은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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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두 권을 보고 난 후에는 각자 좋아하는 음식 주제를 찾아 자유롭게 보는 편이 이 만화를 즐기는 지름길이다. 예를 들어 와인 애호가라면 74권 ‘황홀한 와인’과 78권 ‘와인 대작전’ 을 우선 읽어보자. 장인 정신을 지닌 작가는 최근 일본의 빈약하고 오염된 식재료에 환멸을 느껴 식재료가 풍부한 오스트레일리아로 아예 이주해버렸다고 한다. 요리 만화는 미식가에게 새로운 맛의 세계를 알게 해주는 부류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설렘을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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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에 충실한 부류가 있다. 앞선 두 만화가 전자에 속한다면 후자에는 <빈민의 식탁>과 <아빠는 요리사>(우에야마 토치, 학산문화사, 94권 발간)가 대표작이다. 이 중 <빈민의 식탁>은 절판된 상태라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다. 백수인 아버지가 단돈 100엔으로 아이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차려준다는 내용으로 ‘~천원으로 밥상 차리기’라는 출판계 초히트작 아이디어가 이 만화에서 나왔다고 출판 기획자는 밝힌 바 있다. <아빠는 요리사>는 뛰어난 요리 솜씨를 숨기고 사는 무뚝뚝한 성격의 평범한 회사원 ‘일미 주임’의 따뜻한 일상을 요리로 풀어나가는 만화다. 맛을 찾는 치열한 경쟁도 없고, 요리 견습생의 눈물겨운 분투도 없지만 과장된 요리 만화에 질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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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이쪽을 더 좋아한다. 전문가 만화가 부족한 국내 만화계지만 그중에서 허영만 화백은 독보적이다. 특히 <식객>(허영만, 김영사, 18권 발간)은 음식 만화의 맛깔스러운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직접 영광 굴비 덕장을 가고, 태백 매봉산의 고랭지 배추 밭을 헤매고, 60년 전통의 곰탕집 비밀을 캐내어 최고의 솜씨로 종이 위에 요리한다. 쌀에서부터 출발해 굴비, 전어, 전통 술, 매생이국, 과메기, 갓김치, 홍어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음식 문화를 총망라하고 있어 두고두고 꺼내보는 재미가 있다. 우리나라 곳곳에 실재하는 음식점을 다뤄 직접 찾아가보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


부족한 교양을 채워보자_음악 & 미술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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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만화 중에는 기본 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한 작품과 즐겁게 보다 보면 그 분야에 관심이 저절로 생기는 작품이 있다. 음악 만화의 최고봉인 <벡 BECK>(사쿠이시 해럴드, 학산문화사, 29권 발간)은 록 음악계를 수놓은 수많은 스타들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즐거움의 폭이 달라진다. 비틀스, 라디오헤드, AC/DC, U2 등 유명 록 그룹의 앨범 패러디 장면이 곳곳에 숨어 있고, 미국 순회 공연 중에는 커트 코베인이 노래한 클럽, 지미 헨드릭스가 잠든 무덤에도 들르는데 음악 팬에게는 가슴 두근거리는 대리 경험이다. 평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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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우연히 만난 친구 덕에 기타를 잡고 인디 밴드를 결성해 록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고난의 여정을 보고 있노라면 직장인 밴드라도 결성하고 싶은 욕구가 불끈 생긴다. 일본에서는 <벡, 음악 가이드북>이 따로 발간되었다. 반면 <노다메 칸타빌레>(나노미야 토모코, 대원씨아이, 18권 발간)는 아무런 준비 과정이 필요 없다. 일본과 프랑스의 음악대학이 무대인 이 클래식 로맨스 개그 만화는 학창 시절 음악 시험에 트라우마가 있던 독자라도 정신없이 웃다가 베토벤과 모차르트에 관심을 가질 만큼 매력적이다. 순정 만화 사상 가장 지저분하고 뻔뻔한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며, 일본에서는 만화에 소개된 곡을 모은 앨범과 만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오케스트라 이름으로 클래식 앨범이 발매되는 등 현재 클래식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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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페이크>(후지히코 호소노, 서울문화사, 32권 완간)
는 희귀한 미술 전문 만화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큐레이터 출신인 주인공이 도쿄에서 ‘갤러리 페이크’라는 복제 미술품 갤러리를 운영한다는 설정부터 흥미를 유발한다. 독자는 매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국제 미술품 밀매단, 컬렉터, 미술관 큐레이터 등과 싸워 미술품을 복원하고 획득하는 과정에 푹 빠지게 된다. 미술 관련 종사자가 하는 일도 실제에 가깝게 알게 되고, 에피소드 하나를 지날 때마다 미술 상식이 부쩍 늘어간다.



레포츠의 기본을 다진다_레저 만화
바둑을 몰라도 전혀 보는 데 지장이 없는 만화 <고스트 바둑왕>(홋타 유미 글, 오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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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시 그림, 서울문화사, 23권 완간).
하지만 보고 나면 신문의 바둑 기보 해설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다. 바둑이라는, 우리에게 생소하면서 표현하기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스토리 전개 방식과 독특한 캐릭터 구축으로 인해 이 만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바둑을 두고 싶게끔 만든다. 일본에서는 <고스트 바둑왕> 덕분에 ‘히카루(주인공 이름) 세대’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 만화가 나온 이후 일본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바둑판 판매가 급증했고, 바둑 교실을 찾는 어린이가 두 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거리의 취미인 자전거. 만화를 통해서도 다양한 자전거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단편 옴니버스 형식인 <내 마음 속의 자전거>(미야오 가쿠, 서울문화사, 13권 발간)는 ‘아오바’라는 자전거포를 중심으로 자전거와 그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만화책.

우리 주변에 있을 듯한 남동생, 여동생, 아줌마, 아저씨 들이 자전거와 함께 교감을 나눠가는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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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감동적으로 그렸다. 제목만 봐도 그렇듯이 건전함이 흘러넘치지만 아름다운 자전거의 설명은 유혹적이다.
자전거 커뮤니티에 가면 이 책을 통해 고가의 미니벨로를 구입해버렸다는 독자들이 숱하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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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거와 함께 애호가들 많기로 소문난 바이크를 다룬 만화 중 눈길이 가는 것은  <쟈쟈>(에노 아키라, 서울문화사, 4권 완간)다. 바이크 천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조차 구하기 힘든 레어 이탈리아 바이크를 다룬 매니악한 만화다. 비슷한 종류로 유명한 이탈리아산 기종인 베스파를 다룬 <모터록>(나나시노 요타로우, 시공사, 9권 발간)이란 만화도 있지만 현재 절판되어서 이 만화를 추천한다. <내 마음속의 자전거>처럼 목숨 걸고(?) 바이크에 매달리는 인간들의 이야기지만 조금 어른스럽고 더 위험하다. 하지만 종이 속에서 전해져오는 제작자, 라이더 그리고 만화가의 열정이 뜨겁다. 바이크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만화고, 바이크 팬이 아니더라도 진지한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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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국인이라면 가장 쉽게 떠날 수 있는 레저 스포츠 등산.
<산>(신이치 이시즈카, 학산문화사, 4권 발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산악 구조인에 대한 만화다. 네팔 · 북남미· 유럽 등의 산을 탔던던 주인공 산포가 일본의 북알프스에서 민간 구조 자원봉사자로서 활동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프로의 세계를 다룬 만화는 정말 흡인력이 대단하다. 만화를 통한 취미 생활로도 그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이 만화를 보고 나면 당장 산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조심스럽게 산을 오르게 될 것이다.

Posted by B.H.


서울 완전정복!


낯선 외국 도시를 지도 한 장 들고, 무작정 걸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걷는 것이야 말로 그 도시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추억이 담긴 거리라면 금상첨화다. 다음은 서울을 구석구석 물들인 책에 대한 완전정복편이다. 다 함께 책 한권 옆에 끼고 거리로,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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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오후 2시, 프림처럼 쏟아지는 오후의 잠을 쫓느라,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는다. 두 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들어선다. 손에 든 것은 『바이올렛』. 오늘따라 신경숙의 팬들이 많이 찾는다.

“실례합니다. 세종문화회관 옆 화원을 찾습니다. 여기서 먼가요?”

“약 10분 정도 걸어가시면 됩니다. 세종문화회관의 주차장 옆 벽과 마주하고 있는 거리에 두 개의 화원이 있습니다. 작가께서 어느 것이 작품 구상에 영향을 미쳤는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두 곳 모두 원조 바이올렛 화원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 궁금하신 것은 없으신가요?”

“신경숙 작가님이 계셨던 삼청동 방까지 걸어갈 예정인데요. 혹시 지도 한 장 얻을 수 있을까요?”

K는 문학거리 지도를 한 장 꺼낸다. 뒷면에는 주요 작품별 도보 동선이 표시되어 있다. 예를 들면, 바이올렛의 주인공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작해 제일은행 본점을 지나 종각, 종로서적으로 이어지며 복합상영관에서 영화를 보고 대학로를 들렀다가 처음의 출발지였던 세종문화회관 옆 화원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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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도를 보세요. 세종문화회관에서 지하도로 길을 건너시면 김연수의 『사랑이라니, 선영아』거리가 나옵니다. 주인공 진우처럼 한국통신 앞으로 나와서 미국대사관과 문화관광부와 시민 열린마당을 지나 동십자각 지하보도까지 가신 후, 삼청동 방향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K가 일하는 곳은 문학관광안내소다. 기껏 두 평 남짓한 부스에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외국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한국 대중문학작품이 본격적으로 외국에 소개되기 시작한지 겨우 5~6년. 일본에서 불기 시작한 한류열풍은 일본,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와 유럽, 북미의 관광객들까지 옆구리에 책을 끼고 한국을 찾아오게 만들었다. 특히 일본 관광객들의 열정은 대단해서 전세기를 타고 날아와 사랑해 마지않는 작품의 자취를 좇는다. 정부에서는 홍보효과와 막대한 부가가치에 뒤늦게 눈 떠, 문화관광부안에 소설과, 희곡, 시 등 문학콘텐츠만을 다루는 과를 신설했다. 덕분에 대학 내내 취업 공부와는 담을 쌓던 문청(文靑)들에게도 서광이 비쳤다. 여름내 노래만 부르던 베짱이가 한겨울에 그래미상을 탄 격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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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안내소에서 신경숙과 윤대녕은 인기작가다. 그럴 것이 그들의 소설 주인공은 자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마주치고(『바이올렛』『사슴벌레 여자』), 홍대나 신촌 부근에서 데이트를 한다(『옛날영화를 보러 갔다』). 덕분에 소설 속 동선을 따라가는 외국인들을 위한 여행상품까지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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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나무와 벽돌’(조경란의『식빵 굽는 시간』)과 인사동 ‘볼가’(신경숙의『외딴방』) 같은 소설 속 실제 공간은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을 지경이라 옛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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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작품보다 작가에 더욱 몰두하는 팬들도 눈에 띈다. 한 젊은 배낭객은 기형도 시집을 들고 시인의 모교인 중앙고등학교 후문 근처까지 가는 버스를 물어 본 적 있었다. 30년 전의 기형도를 회상하며 걷고 싶다는 것이다(기형도는 1976년 3월 중앙고등학교 입학, 104번 버스를 타고 안양에서 통학했다). 마지막 종착지는 분명 파고다 극장의 옛자리가 될 것이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존 레논을 위한 기념 정원처럼 그 자리에 시인을 위한 작은 추모비가 세워진 이후 꽃다발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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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양귀자)과 삼양동(김소진)이나 봉천동(조경란)처럼 단 한 작가의 독무대였던 곳은 안내소 직원들도 한가한 편이지만 K가 배치 받은 광화문 부스는 워낙 다양한 작가의 팬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치밀한 독서를 게을리 할 수 없다. 자국의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 관광객보다 모를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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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박완서 작가의 광팬들은 젊은 시절 그녀가 박수근 화백을 처음 만났던 미8군 PX자리인 신세계 백화점(당시 미스코시 백화점, 『나목』)부터 시작해 돈암동 성신여대 입구 지리의 세세한 곳(『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그 남자네 집』)까지 물어온다. 한 작품을 수십 번씩 보고 모두 외운 듯싶은 그 집요함에 경의를!

가장 외워야 할 것이 많은 지역은 명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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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구가 글을 쓰고 이제하가 그림을 그린 『명동백작』이 일본과 동남아를 휩쓰는 베스트셀러가 된 덕분에 명동은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전에도 수십 명에게 십여 문인의 문학적 명소를 알려주길 반복했다. 고백하자면 일정 때의 ‘메이지마치’(명동의 옛 이름)를 기억하고 찾아오는 초로의 일본 노부부 앞에선 딱 한번 말문이 막혔다. 대부분은 김수영, 박인환, 김관식, 서정주, 전혜린 등 이른바 ‘명동파’ 문인들의 팬이다. 이곳은 그들에게 성지순례길이다. 단체 관광객이 몰려오자 ‘마돈나’에 이어 ‘남강’ ‘미네르바’, 그리고 ‘돌체’가 50년 만에 다시 문을 열면서 명동은 문인과 예술인의 거리로 재탄생했다.

물론 그 때 그 분위기가 날리는 없다. 그러나 한류팬들은 그들의 명동시절 모습만을 보고싶어한다. 모든 것이 관광객용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명동에 대해 막연히 금융과 패션의 중심으로만 알고 있던 어린 세대들은 그 시대 그 곳에 열정과 낭만이 있었음을 오히려 역수입해 알게 됐다. 그것 하나만으로 반갑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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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가 되자 안내소 옆 버스정류장에는 인천 문학거리로 떠났던 여행사 버스가 도착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하나 둘 내린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심취한 야구팬들은 관광상품용으로 나온 유치찬란한 슈퍼스타유니폼을 입고 있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광선총 모형을 들고 내리는 저 대학생 차림의 남녀, 듀나의 SF소설 『대리전』속에서 부천역과 삼정초등학교를 다녀온 것이 분명하다. 좀 더 나이지긋한 분들은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를 들고 차이나타운에 들린다. ‘겨우내 북풍이 실어나르는 탄가루로 그늘지고, 거무죽죽한 공기 속에 해는 낮달처럼 희미하게 걸려 있는 동네’가 이미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아도 별 문제되지 않은가 보다. 김중미의 창작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속 인천 만석동 달동네도 마찬가지다. 숙희와 숙자와 동준이 동수, 영화와 김명희 선생님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은 생각에 ‘괭이부리말’ 근처라도 가보고 싶다는 오지랖 넓은 그들의 감동을 누가 말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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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문학에 대해 떠들었으나 K는 고독하다. 구반포 ‘반포치킨’에서 마늘치킨과 맥주 한 잔이 간절한 하루. 시인 황지우가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현을 추모해 지은 시의 한 구절, ‘구반포 치킨집 부서진 치킨 앞에서 술 취하면/ 유심초의  <사랑이여>를 부드럽게 부르던 김현 선생’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반포치킨은 언제나 열려있다. 예나 지금이나 시와 평론의 인기란 대중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덕분에 이곳은 처음 문을 연 27년 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물론 이 아파트촌까지 골수팬들은 어김없이 찾아오며, 그 징하디징한 팬들에게 K는 묘한 동류의식마저 느끼고 있다. 간직된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Posted by B.H.